기타르트옵티컬 ARH45 착용기 – 클래식 그 이상의 경험
안경을 좋아하게 된 건 순전히 필요에 의해서였다. 눈이 나빠졌고, 렌즈는 귀찮고 건조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안경을 찾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가볍고 편한 걸 고르기 바빴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경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력을 교정하는 도구를 넘어서 하나의 ‘아이덴티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브랜드, 스타일, 핏, 재질 등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결국 도달하게 된 브랜드가 타르트옵티컬이었다. 그리고 2025년 출시된 ARH45는 내가 딱 찾고 있던 그것이었다.
ARH45를 처음 접했을 때 내 눈길을 끈 건 단연 ‘디자인’이었다. 클래식한 웰링턴 형태를 기반으로 했지만 너무 둥글지도, 너무 각지지도 않은 그 미묘한 곡선. 특히 정면에서 봤을 때 약간 각진 느낌이 인상을 분명하게 잡아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흐름이 살아 있었다. 프레임의 두께는 존재감이 있으면서도 과하지 않아서, 너무 튀지 않고 은근한 멋이 있었다. 난 블랙과 브라운 중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그레이’ 컬러로 선택했다. 처음에는 무난하게 블랙으로 갈까 했지만, 그레이가 훨씬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주더라. 색상은 총 세 가지인데, 각각의 느낌이 꽤나 달라서 고르는 재미도 있었다.
착용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아세테이트 소재 특성상 무게감이 있는 편인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템플이 귀를 누르거나 브릿지가 코를 짓누른다는 느낌 없이 착 감겼다. 특히 템플 안쪽의 곡선 설계와 안구 중심의 무게 분산이 잘 되어 있어서, 장시간 착용해도 불편함이 거의 없었다. 나는 직업상 하루 10시간 이상 안경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안경은 끝까지 피곤하다는 느낌 없이 착용할 수 있었다. 처음엔 별도의 코패드가 없는 일체형 구조라 불안했는데, 오히려 그 구조 덕분에 얼굴과 자연스럽게 밀착되어 흔들림이 없고, 마스크를 써도 안경이 잘 밀리지 않았다.
디테일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힌지 부분의 유연성, 템플 끝단의 라운딩 처리, 그리고 광택감까지 모든 요소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프레임 표면은 매끈하면서도 깊은 광이 도는 것이 고급스러웠고, 햇빛 아래에서 보면 컬러감이 은근히 드러나면서 굉장히 세련된 느낌을 줬다. 특히 그레이 컬러는 멀리서 보면 무채색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주 은은한 반투명 톤이 돌기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이 부드럽게 정리된다.
이 안경을 착용하고 나서 주변 반응도 좋았다. “그 안경 뭐야?”, “어디서 샀어?”, “되게 고급스러워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안경을 쓴 내 얼굴을 거울로 봤을 때 느껴지는 ‘나답다’는 만족감이 컸다. 사람마다 얼굴에 어울리는 안경이 다르고, 안경 하나만으로도 이미지가 확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ARH45는 내 얼굴형과도, 내가 원하는 분위기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어느 날은 캐주얼한 후드에, 어느 날은 셔츠에, 심지어 정장에도 무리 없이 잘 어울렸다. 스타일링 범용성이 아주 뛰어나다는 게 이 안경의 또 다른 장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격이다. 정품 기준으로 30만 원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형성되어 있는데, 일반적인 안경 가격에 비해선 분명 높은 편이다. 하지만 안경을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내 얼굴을 대표하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인다면, 이 정도의 투자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세테이트 프레임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도 광택이 유지되고, 잘 관리하면 수년간 무리 없이 쓸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가성비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브랜드의 안경을 써봤지만, 이렇게 디자인과 착용감, 기능성, 그리고 스타일링 범용성까지 모두 갖춘 안경은 드물었다. ARH45는 단순히 ‘예쁜 안경’이 아니라, 쓰는 사람의 취향과 개성을 담아내는 ‘완성도 높은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025년형 클립온 선글라스와의 조합은 여름철엔 실용성까지 더해주기 때문에 하나쯤 소장해 둘 가치가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타르트옵티컬 ARH45는 다음과 같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첫째,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을 찾는 사람. 둘째, 얼굴형에 잘 맞는 착용감을 중시하는 사람. 셋째, 안경 하나로 다양한 스타일을 커버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오래 쓸 수 있는 안경’을 찾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이 안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 것’이 되어가는 경험을 선사하며, 그만큼 애착이 생기는 아이템이다.
아마 앞으로도 여러 안경을 시도해보겠지만, ARH45는 꽤 오랫동안 내 얼굴 위에서 중심을 잡아줄 것이다. 단순한 시력 교정이 아닌, 나의 일상과 개성을 함께 담아주는 이 안경은, 내게 ‘첫 번째 명품 안경’이라는 타이틀로 기억될 듯하다.